하루, 하루, 그리고 하루.
하루, 하루, 그리고 하루.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돌아오는 가을과 겨울의 시간을 잘 버텨내야 봄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움을 말로 전하면 좋을텐데. 그걸 못해서 그 사람이 쓰던 향수, 그 사람이 마시던 커피, 그 사람이 좋아하던 향 같은 것들로 지나간 시간을 되새겨보는 못난 짓을 하고 있다.
시절 인연이란.
숙취가 이제사 몰려와서 어제는 정말 힘들었다.
다정에도 연한이 있다면.
왜 사랑할까.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 이외에는 답을 찾을 길이 없다.
하루가 길다.
잠시 짬이 난 틈에 자동차 수리하려고 정비소에 들렸는데, 20명 넘게 있는 고객 대기실의 TV에서 대통령 국회 추경 연설이 시작되자 흰 머리의 남자 노인 하나가 리모컨을 부산스럽게 찾더니, 채널을 돌려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돌린 후 채널의 광고가 끝나더니 같은 내용의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연설 내용에 혼자 얼굴을 구기던 노인이 나가버렸다.
편하지 않지만 진실하고, 느리지 않지만 깊으며, 지금은 엇갈려도 결국에는 다시 마주 보게 되는.
가급적 잊어버리려고 하지만, 그때 그 말은 깨져 박힌 유리 조각 마냥 무방비한 마음을 긁어댈 때가 있다.
오늘 들어보니 은퇴 소식을 행정실 이외 주변 어떤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낡고 지친 시대가 누구도 모르는 구석에서 스러져가는 것을 본 기분.
점심 먹고 잠시 산책하다가 안면이 있는 교양대학 교수님의 연구실이 예비공간으로 바뀌어져 있는 걸 봤다. 은퇴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랜 시간 머물었던 학교을 조용히 떠나셨다. 앞으로 만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크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참 묘하다.
바빠지는 계절.
길고 길었던 12월 3일이 이제야 끝이 보인다.
호르몬, 호르몬, 그리고 호르몬. 내가 느끼는 기복의 처음과 끝.
정말로 오래간만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행복하고 꽉 찬 주말이었다. 함께 했던 당신도 행복했기를.
저열한 축을 인정하게 되면, 저열함이 된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한다…
아직도 그저 덧붙인 한 마디에 마음이 잔잔히 스며드는 기쁨에 젖어들고.
소유보다 이해, 감정보다 신뢰, 끝이 아닌 과정.
나도 그랬어요.
‘ 누군가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인 그런 사람을 늘 기다렸어요. ‘
피곤해서 목소리가 안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존심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나갈 시간들 속에서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그리고 함께 행복하고 싶다.
해가 지면 마음 한 켠에 올라오는 것들을 그저 외면하는 습관들.
오늘은 이 넓은 도서관에 오롯이 혼자다. 졸음이 깨어나지 않아서 내내 하품하며 커피 한잔 진하게 타서 앉았다. 아침에 산책 한 덕분에 이 좋은 날씨에 실내에 있는 것이 아쉽지는 않다.
들려오는 뉴스들이라고는.
매일 앉는 도서관 창 앞에 학교 부지와 울창한 나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날씨가 좋아도 좋고, 비가 와도 좋고, 오늘처럼 바람만 불어도 좋다. 굵은 바람결이 와서 나무 전체를 쓸고 지나가는 소리마저도 마음을 씻어내려 준다.
긴장해서 손이 덜덜.